수원교구 요당리 성지

수원교구 요당리성지

47호(2010년 10월): 하느님의 사람이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글쓴이 : 요당리성지 날짜 : 10-10-01 06:00 조회 : 3892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요즘 신부님들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건네는 인사는 “태풍피해 없었어. 더위에 어떻게 지냈니?”라는 말입니다. 저희 성지도 더위는 어느 정도 견뎌냈지만 유독 심했던 태풍 곤파스의 위력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어서 나무 50여주가 쓰러졌었습니다. 다행히 나무만 쓰러진 정도여서 금방 복구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다시 순례객을 맞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순례를 오셨던 어느 수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가장 사랑하시는 창조물인 인간에게 당신의 세계를 맡기셨습니다. 그런데 관리자인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물을 잘못 다스림으로써 지금의 이런 결과가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시한번 하느님의 그 위대하신 섭리와 사랑을 믿고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면 ‘보시니 좋았다’라고 표현된 이 세계는 복구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창조물은 정직합니다. 또한 우리 앞에 놓인 삶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탓이라는 생각을 먼저하고 겸손되이 하느님의 관리자로서 그분의 섭리에 우리의 모든 것을 맡긴다면 ‘보시니 좋은’ 삶의 환경을 재창조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1. 하느님의 사람이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일전에 자매님 한분이 찾아와서 말씀하시기를 지금 현재의 삶의 상황을 참고만 있는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 자매님은 한때는 개신교에 다녔었는데 남편이 종교를 믿는다면 천주교를 믿겠다고 해서 구원에의 확신을 갖고 같은 하느님을 믿는 천주교로 개종하셨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받아들인 천주신앙 안에서 남편과 온 가족이 열심하게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생활중에 한가지 불편한 점이 생겨났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남편의 여동생, 즉 시누이가 열심히 천주교를 신봉하면서도 자신의 모습과는 다르게 남편의 전교에는 등한시하고 그대신 같은 본당에 다니는 다른 남자 형제와 성지순례만 다닌다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다가 자신도 모르게 시누이가 갖고 있는 신앙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것이 시누이에게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안가 시누이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야 이년아, 야 미친 년아”하면서 갖은 험담이 쏟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누이의 태도에 자신의 탓도 있었기에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그저 당하기만 했는데 문제는 전화를 끊고나서부터 부아가 치미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가슴앓이만 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천주교를 자신보다 일찍 믿고 있었던 시누이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하면서 남편 때문에 받아들인 천주교에 대한 회의마저 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 저를 따라서 외치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이기 때문에 아픈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말씀드리기를 “이러한 상황은 개신교에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분의 자녀라면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부당한 상황을, 억울한 상황을 참아내고 용서해야 되기에 당연히 힘들고 아플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자매님이 지혜롭지 못하셨습니다. 아무리 내 생각이 옳다 하더라도 그것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했다는 것이 이 일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내 탓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누이의 처신을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근시일내에 정식으로 용서를 청하십시오. 이렇게 될 때 분명 자매님은 하느님의 더 큰 은총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에 자매님이 한참을 우시다가 “하느님안에서 좋은 결심을 하겠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하느님 안에서 좋은 마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상하게도 우리의 그런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우리 삶을 짓이겨놓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분하고 억울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우리 자신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성지에 오시는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가 우리 앞에 놓인 상황 때문에 우황청심환을 연신 들이켜야 될지라도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용서해야 될 것은 용서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고 악은 악으로라는 생각만을 가지게 되면 그는 하느님 자녀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지만 아프지만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뒤틀려진 내 삶의 발걸음을 옮기십시오.”
그래서 사도 바오로께서도 말씀하십니다. “자기가 이 세상에서 지혜로운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 어리석은 이가 되어야 한다. 이 세상의 지혜가 하느님께는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다”(1고린 3,18-19). 그렇기 때문에 주님의 말씀을 따른다는 것 두렵고 힘든 일이지만(루카 5,1-11) 거기에 내가 살길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주님께서 함께 하실 것입니다.

2. 그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만 알고 계시다면 우리는 행복하다
일전에 어떤 자매님이 친정 아버지에 대한 깊고 깊은 원망때문에 성지에 오셨습니다. 사연을 소개하자면 친정아버지가 예전에 사업을 하시다가 큰 빚을 지게 되었고 오갈 곳이 없어지시자 결국은 자신의 집으로 모시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도 예전에 진 빚 때문에 매월 생활비에서 일정액이 지출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편이 장인, 장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도와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남편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아버지 때문에 계속해서 이런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것이 원망으로만 깊게 남아 요즘에는 신앙생활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 때문에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내 눈앞에서 안 보이셨으면 하는 생각을 자꾸만 가지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매님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도 그런 상황이라면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하루하루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더군다나 내가 지금 미워하고 있는 사람은 나를 있게 해 주신 아버지시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빚을 지게된 상황도 허황된 삶을 쫓다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살아보고자 하는 노력속에 생긴 결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망보다는 이해속에서 아버지를 사랑하고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됩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자매님이 반문하셨습니다. “신부님의 말씀대로 한다면 제가 원망 속에서 거짓된 행동과 말로 살아가라고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해봤자 제 속만 더 시커멓게 타들어가지 저에게 무슨 득이 되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금의 아버지는 나의 이런 심정도 몰라주시고 예전의 모습처럼 무뚝뚝하기만 하신데.”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만 알고 계시다면 우리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서상의 수많은 성조들이, 그리고 성지에 계시는 많은 성인과 순교자들이 세상의 편견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봉헌하실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오늘 하느님 안에서 좋은 결심을 했다고해서 그것이 오늘 완성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완성의 첫걸음을 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에 관련하여 자매님에게 저의 부끄러운 과거를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제이지만 저도 저의 나약함으로 사람을 미워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가 미워하던 사람을 길가에서 마주쳤습니다. 순간 미운 마음에 고개를 획하고 돌려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그렇지만 몇 걸음 못가 이러면 안되지 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 그분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주님의 말씀에 따라 제 발걸음을 돌렸다고 해서 그 순간 그분을 다 용서했겠습니까? 아닙니다. 용서의 시작, 첫 발걸음을 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제 감정에만 몰두했다면 어떠했겠습니까? 아직도 그분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매님에게도 말씀드립니다. “나의 감정과 생각과 의견을 구하기보다 나를 알고 계시고 나와 동행하시는 하느님의 손길과 성심을 바라보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만 알고 계시다면 우리는 행복합니다. 그래서 성서상에서도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라. 내 입에 늘 그분에 대한 찬양이 있으리라. 주님의 눈은 의인들을 굽어보시고, 그분의 귀는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신다”(시편34,2.16). 그러기에 오늘도 우리가 처한 삶의 상황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를 굽어보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3. 구원이란 현실을 살면서도 그 현실을 뛰어넘는 초월적 가치를 따르는 데서 시작된다
최근에 어떤 자매님이 성지에 찾아오셔서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영적기쁨을 이야기하고 가셨습니다. 즉 이 자매님도 한때는 형제님의 잘못된 행실 때문에 이혼과 자살을 결심했던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에 모든 희망을 가져야 된다는 부족한 이 사제의 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하신 것은 남편에 대한 용서와 이해를 구하며 끊임없이 54일 기도를 바치시는 것이었습니다. 즉 54일 기도가 끝나면 또다시 54일 기도를, 그것이 끝나면 또다시 54일 기도를. 결국 자매님의 이러한 의탁의 삶 안에서 남편이 자신의 잘못된 행실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을 하셨고, 자매님도 그러한 남편의 변화속에서 삶의 희망을 노래하고 계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현실과 처지에서 깊은 의미를 추구해 더욱 성숙한 삶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구원이란 현실을 살면서도 그 현실을 뛰어넘는 초월적 가치를 따르는 데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절망해도 또 절망해도 빌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의 말씀에 우리의 희망이 있음을, 살 길이 있음을 깨닫는 것, 이것이 우리의 구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5,3-5)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기원해봅니다.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교적상 신자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에서도 저희 성지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부족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성지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