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요당리 성지

수원교구 요당리성지

44호(2010년 7월): 과거의 꼬리표를 과감히 떼어버리자

글쓴이 : 요당리성지 날짜 : 10-07-06 10:32 조회 : 3801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무더위와 장마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때입니다. 성지에서도 방문오시는 순례객은 거의 없지만 무더위와 장마를 틈타 성지 이곳저곳에서 돋아나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매일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힘들 때도 있지만 ‘저 하나의 수고로움으로 하느님과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이라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항상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저희 성지를 위한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정성과 후원을 기대해 봅니다.

1. 주님 때문에 내게 들어오는 복을 걷어차더라도 나는 행복하다고 고백할 수 있는가?

일전에 어떤 자매님이 면담을 청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드러난 팔에 파스를 잔뜩 붙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디 편찮으세요?” 라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자매님 하시는 말씀이 “남편한테 맞아서 이렇습니다.” “맞다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연인 즉은, 돈벌이를 잘하지 못하는 남편이었지만 그래도 주님 안에서 남편을 사랑하며 열심히 자녀들을 키우며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남편의 행동거지가 이상해서 추적해보니 다른 자매와 살림을 차리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것도 최근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자신을 속이고 그 자매와 살림을 차리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한동안 방황하다가 하느님 안에서 남편을 용서하기로 결심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 마련한 집을 팔아야 했고, 또 이것으로 인해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휴학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곧 정리한다고 이야기 해 놓고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는 2-3일에 한 번씩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서는 행패를 부리며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로 자녀들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로 인정안하고 이혼을 해도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인도 이제는 더 이상 참는데 한계가 와서 이혼에 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분에게 어떤 말씀을 드렸겠습니까? 마음 속으로야 “그런 사람과 더 이상 살지 마십시오”라고 자매님에게 큰소리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제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자매님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번만 더 생각해 주십시오. 아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주님을 바라보며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될 것입니다. 아마도 그럴 때 ‘남편의 구원을 위해서라도 다시한번 용서와 사랑과 일치의 십자가를 지라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실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자매님에게 드리면서도 저도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자매님에게 드린 말씀이 잘못된 것일까요? 실제로 제가 모 성당에 가서 강의를 할 때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자 어떤 자매님께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시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의 생각과 주님의 생각이 이렇게 다릅니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 주님의 생각과 말씀대로 우리 삶의 발걸음을 걷는다는 것이 힘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든 우리의 발걸음에 당신이 함께 하고 계심을 깨달을 때 우리의 발걸음이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도 우리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마태 10,38)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내게 주어지는 십자가가 힘겹지만 “예 주님,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힘차게 고백하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모성당에서 교리교사를 하시는 분이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라는 질문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나에게 은총과 평화를 주시는 분, 하느님은 나에게 사랑을 주시는 분, 하느님은 나에게 복을 가져다주시는 분”이라는 여러가지 대답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분은 그분들에게 “저는 하느님을 나를 도구로 쓰시는 분이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즉 미움을 사랑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어둠에 빛을 비출 수 있는 도구로 쓰시는 분이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을 확신하고 있기에 주님 때문에 내게 들어오는 복을 걷어차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더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고백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분의 말씀처럼 우리도 내게 들어오는 복을, 내게 들어오는 유리한 상황을, 내게 들어오는 편리한 상황을 걷어차더라도 행복하다고 고백할 수 있겠습니까?

2. 다수가 걸어가는 길에서 아무 물음 없이 앞사람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 길을 향해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혹시나 여러분들은 하느님 뜻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안타까워 하신적 있으십니까? 일전에 어떤 자매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매님이 최근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시면서 자신이 하느님 안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해 ‘하느님 보시기에 죄송하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신앙 안에서 만나 형님, 동생하는 사이가 된 어떤 자매님이 계셨다는 것입니다. 친자매 이상으로 모든 것을 나누며 지내셨는데 어느 날 사소한 문제로 이견이 생겼는데 그것이 다툼으로 번졌다는 것입니다. 즉 처음에는 가볍게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중에는 자신들의 감정을 앞세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얼마 안가 자신의 아집 때문에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를 깨닫고 곧바로 그 자매님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몇 번이고 전화통화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화가 되지를 않았고 답답한 마음에 그 자매님 집에까지 찾아갔으나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라고 체념을 하고 있던 차에 남편 직장 문제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안되겠다 싶어 그 자매님에게 장문의 사과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잘못으로 이렇게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저에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매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자매님, 지금의 자매님의 모습을 결코 잊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자매님의 이러한 모습은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되는 신앙인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즉 많은 분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면 단절하고, 체념하고 심지어는 신앙까지 멀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매님은 그것을 마음 아파하며 그 잘못을 되갚기 위해 하느님 안에서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러기에 분명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는 자매님 안에 당신 은총의 열매를 맺어주실 것입니다. 확신을 가지시고 살아가십시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좁고 비좁은지, 그리고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마태 7,13-14). 그래서 이런 주님의 말씀에 따라 어떤 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수가 걸어가는 길에서 아무 물음 없이 앞사람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 길을 향해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그렇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간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비록 내 생각과는 다를지라도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걸어가야 될 길이라면 아무리 험난하고, 힘든 여정일지라도 과감히 그 길을 선택하고 투신하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들 안에 당신 은총의 열매를 풍성히 맺어주실 것입니다.

3. 과거의 꼬리표를 과감히 떼어버리자

성지를 개발하며 “뒤늦게 이 지역에 들어온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주변 마을 분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 중에 유독 한분이 항상 이러한 생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자신의 뜻에 유리하게 모든 것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분이라 가끔 힘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분이 성지 정문에 농사도구를 아무 양해도 없이 대놓고 작업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성지 정문이니 그것을 치워주시던지 아니면 미리 양해를 구해 서로가 편리하게 사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분이 “내가 농사를 짓는데 당신이 무슨 참견이냐” 하면서 그때부터 저에게 쌍욕을 해대며 위해까지 하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고, 그 분을 삭이지 못해 저도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 일이 있은 다음부터는 제가 성지 정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그분이 농사짓는 밭떼기를 바라보며 “흉작이나 들어라”라고 하지 말아야 될 저주의 말마디를 내뱉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제 영성 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모임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또 그분이 성지 주변에서 작업을 하며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았고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사제 영성 모임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날 성체 앞에서 묵상하게 될 주님의 말씀이 이렇게 선포되었습니다.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여러분 자신이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성서에도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아 주겠다’하신 주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니 원수가 배고파하면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면 마실 것을 주십시오. 악에게 굴복하지 말고 선으로써 악을 이겨 내십시오”(로마 12,17.19-20). 즉 그리스도인의 새 생활에 대한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이 제시되었습니다. 이 말씀에 따라 성체 앞에서 많은 것을 묵상하며 제 자신의 나약함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나자마자 성지에 돌아와서는 그분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곳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리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저의 모습처럼 그리스도인이면서도 원치 않는 상황을 만났을 때 우리의 신원을 잊어버리거나, 체념하거나,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때가 있습니다. 즉 과거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또다시 과거의 습성대로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를 입은 사람들로서 원치 않는 상황을 대면하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감싸주는 삶의 발걸음을 주님 안에서 걸어가야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교적상 신자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에서도 저희 성지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부족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성지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