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요당리 성지

수원교구 요당리성지

25호(2008년 12월): 나는 강자인가? 약자인가?

글쓴이 : 요당리성지 날짜 : 08-12-16 17:35 조회 : 4170

제목: 나는 강자인가? 약자인가?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벌써 12월이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쁘게 지냈고, 또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한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해 여러분들이 보여주셨던 정성어린 기도와 후원이 있었기에 아쉬움보다는 감사의 정을 듬뿍 안고 한해를 마감합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한번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부족하지만 성지개발에 최선을 다하는 사제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대신 여러분들에게 부탁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교적상 신자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 저희 성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들의 소중한 몫을 절대 잊지 말아주시고 다음 해에도 저희 성지를 위한 지속적인 기도와 후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와 염려 덕분으로 성지 성전 건축공사와 기타 부속 건물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성전동은 마지막 지붕면 콘크리트 타설을 끝내고 겨울철 실내공사를 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고, 외부 화장실동과 관리동(소성당, 집무실겸 면담실, 사무실, 성물방, 전시휴게실, 기계실)은 외벽조적을 마치고 성전동과 마찬가지로 실내공사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관동(사제관, 식당, 화장실)은 올해 12월 22일을 입주계획으로 세웠었으나 기후관계로 조금은 늦어져 2009년 1월 19일날 입주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반 상황때문에 전제 공정 준공이 2월말에서 4월말(조금 늦어지면 5월말)로 미루어질 것 같습니다. 공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여러분들의 정성어린 기도를 계속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1. 나는 강자인가? 약자인가?
최근에 어떤 일을 진행하는 가운데 상대방이 처음의 약속과는 달리 신의를 지키지 않아 마음이 많이 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나약한 사람인지라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한 도움을 얻고자 어떤 분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마음이 진정이 되었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제관에 들어와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일전에 신자분들에게 이야기 드렸던 화두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강자인가? 약자인가?.”
많은 묵상 끝에 내린 결론은 저는 강자였습니다. 속았지만, 당했지만 여전히 그를 질책할 수 있는 위치와 힘을 가진 강자였습니다. 그렇다면 강자의 위치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합당한 모습이겠는가? 그것은 질책과 책임추궁으로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놓고 “내가 강자인데 내 힘을 몰라봐” 라고 강자의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잘못을 조용히 타일러주되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강자의 여유로움과 넉넉함이었습니다.
최근에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은 모지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폭력배들 간의 끊임없는 보복 살인과 폭행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강자로서 살아나간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나의 삶에서 언제나 강자였는가? 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후자의 질문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는 저의 삶에서 언제나 강자였습니다. 약자로 있다고 생각되어진 상황들도 있었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저는 강자였고, 또 강자이기를 끊임없이 추구했습니다. 그렇다면 강자로서 살아나간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내 생각, 내 감정, 내 의지가 관철되도록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는 약자인 그 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사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서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2.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며칠 전 뉴스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간 미국의 어느 소년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잠깐 소개해 본다면 ‘백혈병으로 힘겹게 투병을 하던 11살짜리 브로닌은 2주밖에 살지못한다 라는 청천벽력 같은 사형선고를 의사로부터 받았습니다. 상심한 브로닌의 부모들은 단 2주라도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네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 고 물어봤습니다. 브로닌이 대답하기를 “제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노숙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소원은 그 사람들이 배부르게 음식을 먹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부모들은 브로닌의 착한 마음에 숙연해졌고, 그 마음이 전달되도록 지역 방송국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지역 방송국도 이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결과 컨테이너 차량 6대 분량의 음식과 100만달러의 성금이 모아졌습니다. 브로닌은 TV로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브로닌은 며칠 뒤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엉뚱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앞서 소개해드린 브로닌은 강자였습니까? 약자였습니까? 대답드린다면 브로닌은 진정한 강자였습니다. 외적으로는 백혈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나약한 사람이었지만 나보다는 약자인 노숙인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이해하고, 배려하기를 죽는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은 진정한 강자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강자입니까? 약자입니까? 외람된 말씀이지만 우리들은 언제나 강자였습니다. 아니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미완의 강자입니다’ 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완의 강자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해야되는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지금 내 앞에,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바라보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강자인 내가 ‘사랑과 이해와 배려와 용서’ 라는 참된 신념을 가지고 죽는 그 순간까지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브로닌처럼 진정한 강자로서 하느님 앞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3. 가난하게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를 바라보자.
우리는 지금 2009년도 교회력을 시작하면서 우리 안에 오실 구세주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기다림은 우리가 강자로 살기위해 온갖 죄악을 저질렀던 죽음의 시간에서 벗어나 참된 영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시기를 통해 강자이셨지만 약자인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스스로 자신을 낮추신 그분의 참된 가난과 겸손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도 이러한 그분의 모습을 본받아 언제나 강자의 위치에 있을려고 하는 나를 낮추는 참된 신앙인이 되어야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교적상 신자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에서도 저희 성지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부족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성지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여러분들 모두가 영육간에 건강하시길 우리 주님과 성지 성인들께 두손 모아 기도드리겠습니다.